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AI 활용 현황을 보면 꽤 인상적인 변화가 보입니다.
2023년에는 709건이었던 연방정부의 AI 활용 사례가 2025년에는 3,611건까지 늘어났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2년 만에 4배 증가!
하지만 제가 이 숫자를 보면서 더 중요하게 느낀 것은 따로 있습니다.
> 미국 정부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AI를 정부 시스템 안에 어떻게 넣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AI는 이제 민간 기업만의 도구가 아닙니다. 행정, 복지, 보건, 과학, 안보, 법률, 정보기술 영역까지 정부 운영 전반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NASA, 보훈부, 에너지부, 법무부 같은 주요 기관들이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제도입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 OMB는 각 연방기관에 최고 ai책임자, CAIO를 두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 기관이 어떤 AI를 사용하고 있는지 활용 사례를 제출하고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우리 부처는 AI를 몇 개 씁니다' 정도의 내용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업무가 AI가 쓰이는지, 그 AI가 국민의 권리와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데이터는 어떻게 쓰이는지, 고위험 AI는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까지 포함됩니다.
앞으로 정부 부처마다 AI를 도입하는 흐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민원 처리, 문서 작성, 자료 검색, 정책 분석, 위험 신호 탐지, 보조 의사결정 등 AI가 들어 갈 수 있는 영역은 많습니다.
문제는 책임 구조입니다.
AI 시스템이 잘못된 결과를 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담당 공무원인가?
외주 개발사인가?
부처장인가?
시스템 운영자인가?
그래서 각 부처에는 이름뿐인 담당자가 아니라 실질적인 AI 책임자가 필요합니다. 예산, 조달, 데이터, 보안, 윤리, 성과를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AI는 단순한 전산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정부의 판단을 보조하고 때로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도구입니다.
국민은 정부가 어떤 AI를 쓰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내 민원이 AI에 의해 분류되는지, 복지 대상자 선별 과정에 AI가 들어가는지, 세무, 감사, 수사, 행정 처분 영역에서 AI가 활용되는지, CCTV 영상 분석이나 위험 예측에 AI가 쓰이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AI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라 신뢰일 것입니다.
국민이 모르는 곳에서 AI가 행정 판단에 관여하고 있다면, 아무리 효율이 높아도 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정부 AI 시장은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팔란티어, 오픈AI 같은 기업들이 연방정부 AI 시장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결국 비슷한 흐름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달 방식입니다.
한국에 경쟁이 될 만한 AI 기업이 없을 뿐더러 관공서 납품을 위한 규제에 맞춰진 계약 방식이 한계입니다.
HWP, 한컴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곳에 수년간을 독식했습니다. 얼마전 TV에 AI 관련 광고를 보았습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입니다. 다음 납품 아이템은 AI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AI를 개발하지 않는 회사의 납품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한 번 납품하고 끝나는 제품이 아닌, 계속 업데이트되고, 계속 학습되고, 계속 관리되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조달 기준도 과거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AI를 도입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곧바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공무원 줄이려는 것 아니냐?"
하지만 저는 그렇게만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라 생각합니다.
AI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낭비하고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반복 문서 작업,
기안 보조,
자료 검색,
민원 분류,
회의록 정리,
위험 신호 탐지,
단순 보고서 초안 작성 같은 업무는 AI가 충분히 도울 수 있습니다.
대신 공무원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장 이해,
정책 판단,
갈등 조정,
국민과의 소통,
복잡한 행정 결정 같은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앞으로 AI를 도입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AI를 몇 개 도입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AI로 얼마나 많은 예산을 썼는지도 핵심이 아닙니다.
그 AI가,
국민에게 더 나은 행정을 제공하고 있는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잘못됐을 때 책임질 구조가 있는가?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가?
도입한 결과 실제 성과가 있었는가?
AI 정부의 성공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책임, 투명성, 데이터, 조달, 인재, 신뢰의 문제입니다.
미국은 이미 AI를 정부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 안에 넣고 있습니다.
한국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존 방식 그대로 가서는 안 됩니다.
AI는 행정의 미리를 바꿀 수 있는 도구입니다.
한국은 AI를 그냥 많이 도입하는 정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를 책임 있게 쓰는 정부가 될 것인가?
저는 후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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